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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가 사랑한 '비보이', 거제에서 인생 2막을 열다!

samsungshi 2012. 7. 13. 20:00


사내 협력사 신호기업에 근무하는 함지운 사원.
그에게는 조선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바로 전직 비보이(B-boy,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남성)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비보이 공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을 꼽는다면 벌써 8년째 무대에 오르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 공연이 바로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공연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보이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지고지순한 발레리나가 비보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B-girl이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스토리의 전부이죠. 이 단순한 스토리에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는 공연을 하는 비보이들의 열정과 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에 매료되기 때문입니다.

헤드 스핀, 윈드밀, 토마스 같은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던 주인공 '비보이 석윤', 그리고 새로운 꿈을 찾아 조선소에 들어온 신호기업의 함지운 사원. 너무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그를 만나 그의 춤과 조선소 생활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지운 사원의 첫인상은 에너지가 끓어 넘칠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순박한 웃음이 아름다운 영락없는 부산사나이!
 
˝1999년 부산 비보이팀 STEP 2기로 비보이 활동을 시작했어요. 각종 댄스페스티벌에서 우승하면서 동료들과 많은 추억도 생겼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폐막식에서는 부산 비보이 대표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보람있었죠. 그 후 모 방송사의 다큐프로그램에 '부산 댄스팀 STEP의 서울상경' 이라는 제목으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함지운 사원은 2010년부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공연을 시작하여 70여차례나 주인공 석윤역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잘 생긴 비보이,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 개성있는 B-girl' 때문만이 아닙니다. 공연에 임하는 비보이들의 진지한 얼굴과 춤을 추면서 뿜어져 나오는 기쁨과 환희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죠.
 



˝비보이 공연은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힘든 만큼 기쁨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특히 공연 중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려올 때면 저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져서 춤추곤 했어요.˝

지금도 공연을 같이 하던 친구들은 함지운 사원에게 무대에서 함께 하자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조선소라고 강단있게 말하는 그에게서는  왠지 모를 대견함이 느껴집니다.
 




조선소에 입사하기 전에는 할 줄 아는 게 춤 뿐이었다는 함지운 사원.
조선소 입사 이후 그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신호기업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쭉 도장 일을 배우고 있는데,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워 일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일이 힘들다고 포기해 버린다면 영원히 춤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거란 생각에 이를 악물었습니다.
 

˝지금도 춤에 대한 열망은 가슴속에 가득합니다. 한번은 같이 활동했던 팀이 거제삼성호텔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가보고 싶었죠. 하지만 하필이면 그날 잔업을 하기로 이미 약속한 날이라 결국 회사에 남아 일을 끝까지 마쳤어요. 아무래도 지금은 춤보다 조선소의 매력에 더 빠져 사는 것 같아요, 하하!˝


 


중학교 시절부터 단 한순간도 춤 외에 한 눈을 팔지 않았다는 이 26살의 청년은 이제 조선소에서 꿈과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함지운 사원의 눈빛은 마치 '세상엔 하고 싶은 일을 못할 때가 있잖아요. 지난 10여년간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실컷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세상엔 조금은 버거운 일들도 참고 버티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지금의 조선소가 저에게 딱 그런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의 춤은 취미가 되어버렸지만 회사 내에서도 자신의 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함지운 사원. 여전히 춤 이야기를 할 때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를 10년 후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요?
어쩌면 조선소에서 배를 짓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같은 미소, 아니 연륜이 묻어나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진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